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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내가 AI를 즐겁게 시작했던 방법, 해커톤

AI를 공부한다는 것은 방대한 항해를 시작하는 것과 같아요.

너무나 많은 분야들이 있고, 각 분야마다 매일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죠.

AI에 이제 막 관심 가진 학생이라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 부트캠프 등 AI를 공부하기 위한 좋은 수단들이 있지만,

해커톤도 정말 좋은 공부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AI 기술을 공부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 보면,

결국 특정 문제를 AI로 해결하려는 것에 있습니다.

해커톤은 이를 연습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라 생각해요.

다양한 기업이나 단체에서 내놓은 문제들을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솔루션을 제시하고,

그중에서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거든요.

학생이라는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경험한 해커톤과,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저만의 의미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LG 화학 입자 분석, 혼자서도 잘할 수 있네

 

[task]

LG화학 입자 분석 task

LG화학에서 주최한 해커톤으로, 이미지인식 기술을 활용해 유동하는 입자 객체를 분할해 내는 문제였습니다.

이처럼 원하는 객체를 단일 기준으로 분할해 내는 기술을 Instance Segmentation이라 부르죠.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Semantic Segmentation이라는 분야도 있습니다.

 

[나만의 의미]

이번 해커톤은 저의 첫 번째 해커톤이자, 혼자 진행한 해커톤이었습니다.

비전공자로 AI를 뒤늦게 시작했기에, 지금까지는 교수나 팀원분들이 떠먹여 주는 과정이 컸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뭐 하나 혼자 제대로 해낸 게 없다는 느낌이 항상 들었었죠.

 

하지만,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검색하고 적용하는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실험할 내용을 스스로 정의하고 이를 코드로 타이핑하는 경험을 많이 해볼 수 있었습니다.

 

실험을 위한 계획을 작성하곤 했습니다.

당시 여름방학이었던 터라, 방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하루종일 모델 설계와 실험을 반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해당 경진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할 수 있었죠.

 

[뜻밖의 지적재산권 양도]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해커톤이나 경진대회에서 구현한 나의 작품의 소유권은 본인한테 있다는 것을요.

 

해커톤이 끝나고 해당 플랫폼 관계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모델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양도하실 의향이 있습니까?’

 

당황스럽고 설렜습니다.

지적재산권이 뭔지도 몰랐고 양도가 뭔지도 몰랐지만, 반가운 제안인건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관계자와 몇 번의 연락을 통해 계약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계약서를 확인할 때는, 저희 대학교에 계신 변리사님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구요.

그렇게 제 첫 지적재산권을 양도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뜻밖의 일인 것이죠.

지적재산권 양도를 위한 최종 계약서를 받은 날 입니다.

이 사건은 저에게 큰 의미를 가집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AI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각종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어요.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고민을 말하기도 하고, ‘제가 AI를 시작해도 되나요?’를 무한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런 걱정거리들이 한 번에 싹 날아갔습니다.

저에게는 큰 자신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2. DACON, 정보 공유의 시작

 

경진대회에 너무 취하게 되면, 좋은 정보를 노출하는 게 꺼려질 때가 있습니다.

좋은 건 나만 알야지, 그래서 내가 1등 할 거야..

 

제가 딱 그랬습니다.

어쩌다 좋은 정보나 기법을 적용해서 모델 성능이 올랐을 때,

희열을 느낌과 동시에 남들은 이 사실을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크게 들었죠.

그 마음이 결코 나쁜 마음 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야를 조금 넓게 바라보면요,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이 있는데, 좋은 건 혼자만 아는 동료를 좋아할 팀원이 있을까요?

저는 해커톤에 우승하는 것보단,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고 싶은 쪽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는 큰 덕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유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애초에 리더보드를 신경 쓰지 않고,

어떤 내용을 공유해 볼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대회에 필요한 내용, 흥미로운 내용, 그중에서도 내가 깊게 공부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공유하였습니다.

아래 포스팅은 제가 공유한 내용입니다.

 

내 모델은 똑똑한 척 하는걸까? 정말 똑똑한 걸까! [feat. XAI]

데이콘 Basic 서울 랜드마크 이미지 분류 경진대회

dacon.io

 

기술을 공유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의도이지만, 동시에 틀린 내용을 공유하면 어쩌지?

라는 어려움이 있어서 하나의 글을 작성하고 공유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노고를 알아 주셨는지, 해당 대회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포스팅이 되었습니다.

데이콘에서 상으로 이쁜 후드집업도 주더군요.

 

 

DACON에서 이쁜 후드집업을 주셨습니다.

이는 제가 tech블로그를 시작하는 큰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재밌고 유익한 이야기를 꾸준히 공유하고자 합니다.

3. 한국관광공사, 새로운 task도 두렵지 않아

 

[task]

한국관광공사, 여행지 카테고리 예측 task

여행 후기에 대한 사진텍스트를 보고, 어떤 여행지인지 카테고리를 예측하는 문제입니다.

사람들의 여행 후기를 보고, 이 여행지가 어떤 카테고리인지 예측할 수 있다면,

한국관광공사 입장에서는 여행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기 용이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입력 데이터가 사진이면 사진에 특화된 모델, 텍스트면 텍스트에 특화된 모델로,

각각 데이터 유형에 맞는 모델만을 접해왔습니다.

그런데 사진과 텍스트를 동시에 고려하라고요? 이게 가능해?

 

하지만 어렵다고 하기엔, 구글링을 해보니 이미 이를 위한 연구와 개발은 많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단지 제가 처음 접해본 것일 뿐이지,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는 솔루션이 있었습니다.

MultiModal이라 부르죠.

서로 다른 유형의 데이터를 함께 고려하는 딥러닝 모델입니다.

그 속에는 concat이라는 개념으로 서로 다른 데이터 또는 벡터값을 융합하는 과정이 핵심이죠.

 

[나만의 의미]

지금까지는, 내가 알고 있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특정 문제를 찾아다녔습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정 방법을 찾아다닐 수 있게 되었고,

처음 접하는 방법론에 대한 거리낌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버, 너는 쉬지 말라]

해커톤을 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습니다.

명확한 데드라인 속에서 경쟁을 해야 하기에, 스스로 자초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그럴 때는 팀원들과 함께 한강에서 치맥을 때리셔도 좋습니다.

 

아 물론, 비싼 GPU는 쉬게 두면 안됩니다ㅎㅎ

나 대신 열심히 일하고 있는 GPU서버의 로깅을 보다 보면,

뭔가 정당하게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맥주가 맛있어집니다.

여의나루에서 팀원들과 함께

이렇게 서버를 열심히 돌린 덕에? 해당 해커톤에서 상위 5%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4. 충남 산업 AI, 리더보드가 다가 아냐

 

[task 소개]

지금껏 경진대회는, 정해진 문제, 정해진 성능지표가 존재하고,

우리는 단지 AI모델을 학습 및 튜닝하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러고는 가장 높은 성능을 내는 사람이 달콤한 수상의 맛을 봤었죠.

 

하지만, 실제 산업에서는 그 성능의 수치뿐 아니라 고려해야 할 요소가 엄청 많습니다.

  • 합리적인 성능 지표 선정
  • 데이터셋의 문제점
  • 추론 시간
  • 현실적인 요건 등

위의 여러 요소들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는 해커톤이 이번 충남 산업 AI 경진대회였습니다.

해당 경진대회에서는 저 스스로 느낀 점과 배운 점이 너무 많아 5개의 포스팅으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나만의 의미]

이번 경진대회는 직접 솔루션에 대한 발표도 진행해야 했습니다.

 

저는 긴장이 꽤 많은 편입니다.

대학생 1학년때, 팀 발표를 하다가 목소리가 한번 떨리기 시작하더니

10분 내내 손과 발을 다 떨고 있더군요.

그걸 보는 학생들은 날 얼마나 안타까워했을지.. 지금 생각해도 도망가고 싶은 과거입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그런 발표를 하게 될 까봐,

대학생활 4년 내내 발표할 일이 있으면 연습 삼아 도맡아 했었지만

발표에 대한 공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회의 발표만큼은 정말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발표를 열심히 준비한 것도 있지만, 이번엔 청심환을 사 마셔 봤습니다.

즐겼던 발표 현장

청심환 덕분인지, 열심히 준비한 덕분인지,

앞에 계시는 교수님들의 질의응답이 끊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발표를 즐겼던 것 같습니다.

 

이건 저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인데요,

어쨌든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발표를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결정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혹시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시다면, 청심환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으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한번 잘 해낸 경험은 보통 추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그리고 처음으로 기사에 제 활동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5. 한국관광공사, 기획의 중요성

 

[task]

2023년은 생성 AI의 해였죠.

더불어, 각종 문제들에 생성 AI를 적용시켜 창의적으로 해결해내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경진대회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최한, 생성AI를 활용한 관광 서비스를 구현하는 내용입니다.

하나의 서비스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팀원이 필요했습니다.

이번엔 디자이너, 앱 개발자, 서버 개발자 AI 개발자, 그리고 기획자까지

총 5명의 사람들이 한 팀에 모여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었죠.

사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서비스 데모

해당 서비스에서 제가 주로 역할을 맡아왔던 내용은 해당 포스팅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 서비스로 본선까지 진출하여 한국관광공사의 사장상을 수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genAI 해커톤 본선 당일

[나만의 의미]

이번 경진대회에서 크게 느낀 점은, 기획에 대한 중요성입니다.

 

이번 해커톤의 발표날, 저희 팀 기획자에게 반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희 팀이 본선에 진출하게 되어 발표를 하게 되었을 때,

저는 생성 AI의 기술에 대한 내용만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생성AI 해커톤인 만큼, 기술에 대한 질문이 많을 거란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발표 당일 기술에 대한 질문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반면,

‘이 서비스를 론칭한다면 초기 사용자들은 어떻게 모을 것인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수익구조를 만들 건지’

즉, 서비스에 대한 정체성과 기획력에 대해서 많은 질문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기획자가 아주 멋지게 답변을 잘 해냈습니다.

 

동시에 저는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개발자가 본인이 개발하는 서비스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

그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기술과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는 점.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개발자와 기획자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기에 한 사람이 모든 걸 고려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개발과 기획의 벽이 허물어져 가는 추세인 것 같아요.

정확히는 개발자가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이번 해커톤은 저에게 서비스에 대한 기획의 강조를 알려준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습니다.

 

마무리 : 수상보다는, 나만의 의미부여가 필요합니다.

매일이 새로운 기술과 논문으로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GPT-4, DALL-E 같은 혁신적인 발전이 우리를 놀라게 하죠.

 

허나,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비해 우리 자신의 노력이나 성장이 미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기술에 비해 나는 일상의 소소한 도전들에 애쓰며, 그 과정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고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소소한 행동들이 우리 각자에게는 큰 의미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매일 작게나마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더욱 즐겁고 긍정적으로 대할 수 있는 방법 같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해커톤이나 각종 경진대회에서 수상만을 바라보기보다는,

각각의 대회마다 자신의 의미부여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